긴 글 일까?/라리가

다비드 실바와 소시에다드, 그리고 이야라멘디

디팔티 2021. 3. 6. 19:57

사실 이번 시즌 소시에다드의 기조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메리노라는 팀의 중추와 에이스 오야르사발의 넓은 활동 반경을 중심으로 다른 선수들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짓고 자신들이 자신있어 하는 지역에서의 플레이에 퀄리티를 더하는 방식이죠. 자세한 건 davic-silva.tistory.com/33 이 곳에서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난 시즌과 차이점이 있다면 올 시즌은 외데가르드가 다비드 실바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 큰 틀은 달라진 게 없지만 박스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자원이 하나 줄었다는 점에서 분명 팀적으로 보완이 필요했습니다. 메리노가 조금씩 더 전진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대형 자체를 좀 더 올려버린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실제로 메리노 활동 반경이 좀더 앞 쪽으로 이동하긴 했죠)

(외데가르드 / 다비드 실바)

때문에 상대가 볼을 직접 몰고 나올 때 저지를 못해서 완전히 대형이 으스러진다거나 너무 이 제어에만 주력해서 자기 진영에서 상대보다 숫자싸움에 확연히 밀려버린다거나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 시즌보다 유독 올 시즌에 이런 장면이 많은 게 기분탓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다비드 실바가 소시에다드에게 안겨주는 효용가치가 없는 수준인가? 이건 아닙니다. 외데가르드와 다비드 실바는 꽤 비슷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비드 실바는 외데가르드 보다 더 넓은 범위에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왼발잡이들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발의존도가 실바에게 없는 건 아니지만 실바는 그 왼발의 한계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선수입니다.

같은 지역에서도 왼발로 볼을 내보낼 때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거죠. 방향전환에도 능해서 한 두 번의 턴으로 자신에게 좋은 환경을 직접 형성해낼 수도 있구요. 외데가르드보다 더 다양한 상황에서 전진 패스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실바의 장점입니다. 특정 상황이 나오질 않으면 터칫수가 많아지면서 타이밍적으로 어긋나던 외데가르드와 상반되는 강점 이라고 할 수 있죠. 

메리노와 오야르사발은 조금 더 전방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았습니다. 공교롭게 이삭 역시 더 낮은 지역에서의 플레이들에 익숙해지기도 했구요. 윌리안 주제가 최전방에서의 의무에 대한 물음표를 계속해서 받아내면서도 그 자리에 위치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낮은 위치에서 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인데 지난 시즌 말즈음 부터 이삭도 이 부근 지역에서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올 시즌 중반 들어서는 주제에 대한 그리움을 완벽하게 지워내는데 성공합니다. 

이야라멘디 이야기도 조금 해보자면 제가 늘상 이야라멘디 부상 중에도 결국 이 선수가 들어와서 4-3-3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 소시에다드에게 있어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었는데, 이야라멘디가 만약 리듬을 완벽하게 회복하고 이전 몸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베스트가 될 겁니다. 게바라든 수비멘디든 한계점이 명확해요. 터치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이 아니거든요. 게바라는 차라리 한 단계 올려서 쓰는 게 나을 수 있구요. (지금도 계속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

근데 좀 아쉬운 건 이야라멘디가 좀 오랜기간 피치위에서 뛰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리듬에 뒤쳐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거. 몸이 못 따라주는 장면이 자주 보이더라구요. 때문에 팀 차원에서도 최근 휴식을 부여하는 것 같구요. 하지만 이 선수가 제 컨디션으로 경기에 뛴다면 이 만큼 든든하게 뒤 쪽 지역에서 볼을 배급할 선수는 현재 소시에다드에 없습니다. 하루빨리 메리노 - 이야라 - 실바 조합을 보고 싶은데, 장기 부상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니어보이네요.

 

이틀동안 거의 2~30 경기 정도를 몰아보느라 조금 몽롱한데,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3-4일 쉬면서 레반테, 베티스 글 준비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