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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FC] 맨체스터 시티 VS 레스터, 전반 코멘트

디팔티 2021. 4. 4. 02:38

디아스는 올 시즌 시티 시스템의 가장 큰 톱니바퀴고, 뺄 수가 없다는 가정하에 이번 경기는 꽤 합리적인 로테이션으로 보였어요. 측면 개인전술면에서 큰 위협이 없는 레스터를 상대로 단편적인 수비형태를 이루면서 기존 시스템을 어느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 게 멘디 워커 조합이긴 하거든요. 물론 이제 볼을 쥐고 상대 진영에 위치할 때의 파괴력은 차이가 무진장 많이 나겠지만요.

풀럼전은 그냥 어떻게든 써먹어보자 였다면 이번 경기는 의도한 바가 확실하긴 했어요. 그게 잘 실행되었는가는 별개의 문제구요.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가 있기 때문에 KDB는 최대한 횡으로 움직여주면서 플레이 하는데 이게 측면에 도움이 거의 되질 않습니다.

아마 펩은 지난 시즌을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KDB - 마레즈 그리고 좌측의 귄도안. 좌 - 우 전환만 어느정도 이루어진다면 마레즈가 가진 다지선다로 하여금 상대를 후퇴시키고 그 동안 시티의 몇 가지 강력한 선택지로 리턴값을 얻어내는 거. 귄도안의 역할을 맡아야했던 로드리가 제 역할을 못하진 않았습니다. 되려 KDB 위치에 따라 로드리 위치도 자주 바뀌었는데 이 페이스는 잘 따라줬죠.

문제는 KDB가 가는 쪽마다 효율이 그닥 나오질 않았다는 겁니다. 웃긴 게 이게 KDB 탓은 아니었다는 거죠. 

현 시티의 선수들은 무조건 종적으로 빠르게 쇄도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언제든 전방을 바라보며 스프린트를 할 수 있어야하고 지금은 아군 진영을 바라보면서 플레이하는 선수는 적을수록 좋아요. 헌데 아게로는 더이상 이런 힘이 없습니다. 상대를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힘이 없어요. 

마레즈가 측면으로 경기에 임할 경우 최대한 박스 근처에 머무는 게 좋아요. 근데 아게로가 우측에 자리한 이상 마레즈는 더이상 측면에 위치할 수가 없습니다. 아게로는 종적으로 뛰는 것보단 볼이 위치한 자리에서 횡으로 살짝 살짝 움직이는 정도밖에 못했고, 저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자연스럽게 마레즈가 되었죠.

마레즈가 이렇게 볼을 잡는 위치가 낮아지면, 최전방에서는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줘야합니다. 헌데 아게로는 그러지 못했고, 워커가 올라오긴 하는데 별 소용은 없었구요. 때문에 웬만한 장면은 제수스가 먼저 움직이고, 아게로가 그냥 빈 공간으로 들어가 편한 전개를 하는 딱 그런 환경에서만 이뤄집니다. 이런 장면은 우측에서 이뤄질래야 질 수가 없어요. 마레즈든 kdb든 워커든 그냥 무의미하게 많이 뛰기만 하는 거에요.

아게로 선발은 완전한 패착이었습니다. 좌 -> 우 전환을 통해 리턴을 가져가고자 했으면 아게로는 선발하지 말았어야하고, 아니면 멘디를 뺐어야 해요. 멘디가 들어서는 순간 좌측에서 볼 도는 건 매우 뻔해집니다. 멘디가 거의 허수아비급인지라 좌측에서 볼이 전개될 때에는 적어도 한 두 명은 한 발자국 더 먼저 뛰어야하는데 아뿔싸 반대쪽에 위치한 건 아게로라뇨.

KDB가 뛰어봤자 효율은 안 나오고, 마레즈까지 불려다니니 퀄리티도 떨어집니다. 아게로 상태를 알았다면, 멘디 - 아게로를 같이 내보내는 일은 없었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