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정식으로 쓰긴 하겠지만, 현재 시간이 조금 남은 관계로 감도 찾을 겸 적어봅니다.
이번 시즌 세리에A는 치열했습니다.
특히 유벤투스를 위협하는 인테르와 나폴리의 활약은 어마무시했죠.
이 두 팀이 다른 때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건 경기력마저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인테르는 전술적 한계를 드러냈고 나폴리는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도드라졌지만
어찌되었든 유벤투스에게는 정말 마냥 맘 놓고 있기 어려운 시즌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위권 팀들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나중에 쓸 칼럼들도 있고 해서요.
정 궁금하시면 다른 글로 짤막하게 남겨보겠습니다만
세리에라 없을꺼야..
1. 베로나, 베네벤토, 스팔 - 승격팀들은 어땠는가
시즌 초, 스팔의 경기력은 좋았습니다. 확실히 좋았어요.
패배를 당하더라도 자신들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투지있고 끈기있는 모습을 통해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섣불리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들의 3-5-2는 단단했습니다. 중원과 수비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그 안에서 상대의 전진을 가로막았습니다.
문제는 공격이에요. 팔로스키 보리엘로 플로카리 안테누치. 다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선수지만, 늙고 기대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아닙니다. 그나마 보리엘로가 체크백을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고자 하는 움직임들을 보여주었지만
이젠 다 읽혀서 써먹지도 못합니다.
(▲ SPAL 공격진 먹여살렸던 보리엘로)
팔로스키는 시즌 초반, 좋은 찬스들을 몇 번이고 놓치며 승점 쌓을 수 있는 기회들을 날려버렸구요.
베네벤토는 조금 아깝습니다.
분명 이 팀 역시 초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어요.
중원에서의 압박과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인테르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토리노 상대로는 극장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꽤나 밀어붙이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지속적인 악운으로 인한 팀 내 사기저하가 극도의 부진을 낳았고,
이는 밀란만이 달래주었을 뿐입니다.
베네벤토가 더욱이 아까운 팀인 이유는 의외로 유동성있는 라인업을 가져간다는 겁니다.
상대 팀에 맞는 카드를 꺼내든다는 것이죠. 역습을 필요로 하는 팀이면 달레산드로를,
지공을 섞는(매우 못하지만) 경기 운영을 가져갈 것이라면 코다와 푸스카스를. 뭐 이런 식입니다.
(▲ 베네벤토 중원의 기대주 카탈디)
문제는 선수들의 기량이 받쳐주질 못한다는 건데, 분명 이 팀 중원은 괜찮습니다.
카탈디 메뉴샤이 치프사.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확실히 중원 압박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줘요.
상대의 선택지를 줄이고, 측면으로 몰아넣는다거나 전진을 방해하는 행위는 리그 꼴찌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다만 측면으로 몰아내고 상대의 크로스를 강제했음에도 패널티에서 골을 허용하는 수비가 심각합니다.
안테이는 시즌 초반 사수올로에서의 "안테이"를 시전해 리그 꼴찌팀 베네벤토에서도 벤치에 앉게 되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어차피 승점을 못 쌓을 거 안테이를 활용해 파트너 수비수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게 낫지 싶습니다.
베로나는 패스하겠습니다.
이 팀의 네임벨류를 보면 지금 순위가 말도 안되는 팀입니다.
최근 폼도 점점 올라오고 있고, 강등은 면할 수 있지 싶습니다.
2. 밀란 형제 - 문제점이 명확한 인테르와 감조차 안 잡히는 AC밀란
인테르가 전반기 막바지들어 슬럼프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올 시즌 인테르의 퍼포먼스는 꽤나 안정적이었습니다.
스팔레티 감독의 4-2-3-1은 피올리 감독과는 확연히 달랐죠.
하지만 한계가 보입니다. 시작은 볼로냐의 도나도니 감독이 끊었다고 보는 게 맞지 싶습니다.
도나도니 감독은 인테르 4-2-3-1의 약점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즉 주앙 마리우/브로조비치 로 판단하고
풀가르와 폴리, 돈사를 이용해 중앙으로의 전진을 최대한 저지합니다.
이에 직접적인 공격능력이나 키패스에 능하지 못한 마리우는 이도저도 못한 채 45분만에 경기장을 떠나야했죠.
(▲ 볼로냐 전 한계를 확실히 깨달은 주앙 마리우)
오또감독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킵니다.
포파나를 홀딩에 박아놓고 브로조비치를 압박함과 동시에 볼을 측면으로 흐르게끔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패널티박스에는 적어도 세 명 이상의 수비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인테르의 측면 공략은 실패로 끝났으며
우디네세는 인테르의 무패행진을 깨트렸습니다.
(▲ 우디네세 전 포파나에게 가로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브로조비치)
스팔레티의 인테르가 현재 가장 불안한 것은 변화를 주는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마리우와 브로조비치가 막히고, 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어야하는데 교체카드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변화를 주더라도 드라마틱한 반전을 노리기 어렵습니다.
브로조비치 대신에 마리우가 들어가든, 마리우 대신에 에데르가 들어가든 결국 이들의 교체가
경기결과에 필요한 무언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현재 인테르가 파격적인 쓰리백을 구사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구요.
스팔레티의 인테르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리그의 많은 팀들이 그들의 약점을 파악했고
그 부분만 집요하게 노리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가 관건이 되겠네요.
(▲ 언제 경질될 지 모르는 가투소 감독)
AC밀란..
처음엔 좋았습니다. 딱 콘티가 부상당하기 전 까지만요.
이후의 밀란은 정말 도무지 이해를 못할 정도의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라곤 눈곱만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아탈란타(2-0 패배), 삼프도리아(0-2 패배) 전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삼프도리아에게 수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다주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질 않나
전진 수비에 특화되어있는 아탈란타에게서 의미없는 중거리 난사쇼를 보여주질 않나.
몬텔라든 가투소든 전술적으로는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어떻게 더 까내려야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쓰게 될 때 이야기 해봅시다.
3. 사수올로 제노아 - 고만고만한 중하위권 팀들
16/17시즌이 끝나고 여름 이적시장 때 참 사수올로에 대한 극딜을 몇 번이고 퍼부었건만
역시나 시즌이 시작되니 팡 팡 터지고 있습니다.
제 멘탈이요.
아 물론 최근에는 좀 조직력이 올라왔는지 순항중입니다.
사수올로 종특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이 팀의 문제점은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다는 거에요.
자, 공격적인 팀을 상대로 쓰리백을 내세웠습니다. 그럼 중원과의 호흡을 통해
상대를 막아내야하는데 이건 뭐 펩의 쓰리백인지 상대가 패스를 찌르면 바로 콘실리와 대면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물론, 팀 스쿼드 상 할 수 있는 전술들이 제한적입니다.
다 늙었거든요.
펠루소 가쫄라 칸나바로 마냐렐리 미시롤리 마트리 이런 선수들이 팀의 주축입니다.
역시 세리에 노인정 답네 라는 말에 한 마디 반박도 못한 채 고개를 떨궈야 하는 스쿼드인데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상대가 전진을 하면 홀딩은 포백보호를 하기 위해 움직여줘야하건만
못해요. 못한다고 뭐라 하기도 그런 게 벤치의 다른 선수들은 더 못해요.
그렇다고 늙다리 선수들이 많아 팀 내 멘탈같은 게 좋으냐? 그 것도 아닙니다.
우수수 무너지는 거 세리에에서 제일 잘하는 팀이 사수올로 입니다.
한 골 먹히고 어버버하다가 두 세 골 내주는 꼬라지 보고 있자면 낮던 혈압도 올라가곤 합니다.
사수올로랑 비슷한 순위의 제노아는 조금 입장이 다릅니다.
여기는 수비는 잘해요.
스폴리 젠띨레띠 이쪼 로세티니 주카노비치 비라스키 로시까지.
하지만 공격은 처참합니다.
단 두 선수로 이를 설명할 수 있어요.
(▲ 타랍)
베르톨라치 / 타랍.
뭐 이 외에도 지난 시즌 어려운 골만 넣었던 판데프님이 이제 정말 은퇴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라파둘라는 라파둘라고, 펠레그리는 어린 티가 너무 나고..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 팀이 개인적으로 공격 쪽만 좀 다듬어지면 은근 괜찮은 포스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좀 아쉽네요.
4. 우디네세 피오렌티나 토리노 - 유로파권은 힘들어보이는 중위권 팀들
요즘 분위기 기깔나게 좋은 세 팀입니다.
아 토리노는 빼고, 두 팀입니다.
피오렌티나부터 살펴보면 이 팀은 초반에 정말 답이 없어보였습니다.
대체 세상에 어떤 감독이 베나씨를 윙포워드로 기용을 한답니까.
베나씨를 윙포워드에 기용한 경기들은 하나같이 못 봐줄 정도였습니다.
이 팀의 성적이 좋아진 건 베나씨가 내려오고 나서부터인데,
베레투 - 바델리 - 베나씨 이 조합이 사기입니다.
삼프도리아의 프라엣 토레이라 바레또 조합이 조금은 수비지향적이라면
이 팀은 밸런스와 공격쪽에 치중합니다.
수비진의 아스토리와 페쩰라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공격진의 키에사 테레우 시메오네는 이름 값을 톡톡히 하는 중입니다.
시즌 초중반 가스파르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자 로리니를 기용했던 피올리 감독인데
이 부분은 확실히 칭찬해줄만 합니다. 완벽히 주전이 교체되고 피오렌티나는 공격시 날카로움을 한 단계 진화시켰죠.
우디네세.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시즌 초 우디네세는 답이 없어보였습니다.
라볼피아나를 통해 전개는 하고자 하는데 따로 놉니다.
1차적인 빌드업이 끝나고, 상대 진영에 위치한 선수들이 공을 만지기 시작할 때면
급속도로 답답함이 밀려오며 볼 소유권을 잃어버리곤 했죠.
수비요? 3백을 하는데 뒷공간은 허허벌판에 공격은 4백 때랑 달라진 걸 눈치조차 못 챘습니다.
결국 델네리 감독은 경질당했고, 오또 감독이 부임하게 되죠.
오또 감독이 부임한 이후 우디네세는 리그에서 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가 우디네세로 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은 수비진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한 일이었습니다.
페스카라에서 여실히 느꼈던 걸까요? 오또 감독은 포파나를 깜짝 홀딩기용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포파나는 꽤나 안정적인 움직임을 가져갔고,
공격 전개시에는 원래 자신의 장기들을 마음껏 보여주며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 오또 밑에서 새로운 유형의 선수가 된 포파나)
바락 역시 오또 감독 밑에서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기존 바락이 보여주던 퍼포먼스는 무색무취를 넘어 팀에 민폐같은 존재였는데,
포파나가 내려가고 바락에게 조금 더 프리한 역할을 부여하자 살아났습니다.
(▲ 오또 밑에서 확연히 달라진 바락)
포파나의 수비 보호가 있으니 팀 내 수비도 다듬어진 모습이구요.
여러모로 우디네세의 후반기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볼로냐, 삼프도리아와 나머지 상위권 팀들도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네요.
아마 1월 들어서서 부터는 조금 더 많은 칼럼과 리뷰를 쓸 계획입니다.
오늘은 그냥 맛보기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글 일까? > 세리에A' 카테고리의 다른 글
AS로마가 아마두 디아와라를 죽어도 못 쓰는 이유.TXT (1) | 2021.03.23 |
---|---|
칼리아리에 부임한 샘플리치 이야기 (5) | 2021.02.24 |
[1월 1주차] 세리에A 20R 리뷰 (1) | 2018.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