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샘플리치의 스팔은, 나름의 돌풍이라고 불리울만큼 좋은 시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게 길게 가진 않았고 라짜리의 이탈 이후 급속도로 팀의 리듬이 무너지며 강등까지 초래했지만, 그 누구도 샘플리치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긴 어려웠어요.
어떤 이도 스팔의 스쿼드로 18/19시즌, 13위까지 치고 올라갈 줄은 상상조차 못했을 겁니다. 아무리 라짜리가 혼자서 우측면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한들, 페타냐가 종 횡을 오가며 경기장을 휘저어놓는다고 한들 그 스쿼드로 이뤄낸 성과치고는 꽤 성공적이었죠.
샘플리치는 횡 움직임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안테누치 팔로스키 미씨롤리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뛰어다니는 팀에게 횡 움직임은 사치에 가까우니까요. 좌우밸런스도 거의 포기하다시피 시즌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어요. 샘플리치는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쿠르티치와 페타냐 정도를 제외하고 스팔의 선수들은 최대한 종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상대의 시선에서 멀어져 볼을 다음 지역으로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건네줄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죠. 종적으로 자주 움직이며 그들만의 2:1 패스를 통해 볼을 상대 진영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습은 스팔의 핵심적인 플레이 중 하나였습니다.
이윽고 이에 핵심이었던 라짜리가 떠나자, 좌측에서의 밸런스를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지만요. 그럼에도 저는 이 시기의 샘플리치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스팔의 팬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이어서일지는 몰라도 어떤 변화건 간에 힘에 부쳐보였던 강등 시즌의 스팔은 어떤 감독이든 힘든 시즌을 보냈을 것 같았거든요.
이제, 올 시즌의 칼리아리 이야기로 넘어와서 EDF는 측면 전개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감독입니다. 이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몰두하며 팀의 시스템을 갖추려고 하죠. 헌데, 그가 연이은 실패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차피 이 감독이 바라고자 하는 이상향은 거의 일정한데 그 방점을 못 찍으니 과정에서의 변화만 반복하다 이내 선수들도 지쳐버리고 팀은 그라운드에서 갈 곳을 잃어버립니다.
지난 시즌 삼프도리아에서의 3백과, 올 시즌 칼리아리의 3백을 예로 드는 게 가장 편하겠네요. EDF가 마냥 도태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름의 변화를 주고자 했고, 그것을 백쓰리로 풀어내었죠. 물론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볼란테로 나온 선수들과 윙백으로 나온 선수들끼리의 호흡은 맞질 않아 자기 진영임에도 공간은 뻥뻥 뚫려있었고, 볼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죠.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자 애꿎은 나잉골란의 활동 반경만 종, 횡으로 넓게 늘어뜨렸는데, 그간 나잉골란의 퍼포먼스가 좋았을 때를 보면 이 방법은 최악에 가까운 선택이었습니다. 나잉골란의 위력은 기대할 수 없었고 볼은 여전히 전방으로 나아가질 못했거든요. 자기 자신이 단점을 드러내던, 바로 그 공간까지도 도달하지 못합니다. 가히 몰락 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죠.
제가 샘플리치 선임에 있어 EDF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샘플리치는 적어도 가진 스쿼드 내에서 효율만을 따진 후에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나잉골란을 갈아가면서 특정 지역을 메우려는 비효율적인 접근 보단, 나잉골란을 위해 다른 선수들의 활동폭을 넓혀가며 나잉골란의 발 끝에서 오는 예리함을 살리는 그런 선택을 하리라 믿고 있어요.
EDF는 완전히 반대였죠. 자신의 결격 사유를 나잉골란이 오로지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채
그라운드 모든 지역을 나잉골란의 발로 통제하려고 했으니까요. 물론 샘플리치가 이러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셀타비고의 에스크리바 감독이 경질될 때 그랬듯 지금 칼리아리는 어떠한 변화라도 필요해요. 마침 스쿼드 내에 라짜리나 페타냐 만큼은 아니지만 종적으로 달려줄 선수, 그리고 횡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 모두 존재합니다.
뭐 부임하고 단기간에 퍼포먼스가 올라올 것이다 이 정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30라운드를 전후로 해서 그나마 볼만한 그런 경기를 하는 팀이 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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