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 놀랐어요. 최근 시티를 상대한 팀 중에 이렇게까지 잘 대응한 팀은 아예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팀들은 리스크와 리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스날은 초반의 그 미스빼고는 꽤 좋은 대처를 보여주었어요.
최근 시티를 상대로 지역방어를 단순하게 가져가겠다, 라는 팀들은 모두 패배했습니다. 시티는 수비수 앞 쪽에서 좋은 질의 볼을 뿌려줄 선수가 즐비하고 전방을 바라봤을 때 순간적으로 상대를 수축시키거나 뚫어낼 선수들이 있거든요. 스털링 귄도안 마레즈 오늘은 안 나왔지만 포덴까지. 그래서 아르테타도 조금은 극단적인 도박수를 들고 온 것인데, 아예 모든 선수를 대인마크 해버리겠다 이거였죠.
이런 식으로 아예 모든 선수를 시야 안에 두고 움직이게 되면, 시티 선수들의 그 유기적인 플레이를 어느정도는 막아낼 수 있습니다. 한 두 명이 교란하면서 특정 선수에게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서부터 프리하게 전방패스가 이어지는, 그런 상황 자체를 적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당장 눈 앞에 있는 선수만 막으면서 특정 선수의 시야각만 좁혀놓으면 제아무리 뒤로 뛰든 뭘 하든 좋은 패스가 나가긴 힘듭니다. 근데 이게 잘못 흐트러져서 볼이 흐르게 되면 초반에 그 미스처럼 마레즈 같이 1on1에 특화된 선수랑 대면하게 되는 거고.
뭐 축구 경기에서 15분 이전에 그런 기초적인 미스가 나오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니 넘어가줄 수 있습니다. 이후 아스날의 대처는 꽤 괜찮았어요. 조금 놀랄 정도로요.
그래서 유달리 이런 장면이 많았던 겁니다. 한 명 한 명 잡고 있다보니 오히려 빈공간이 생기는데, 그 공간을 시티 수비진들이 직접 달리면서 라인을 끌어올리곤 했죠. 패싱으로 저 공간에 볼을 보낸다거나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개인으로 모두 잡고 있는데 이걸 해내면 이니에스타, 메시고.
대신에 이런 양상이 지속되는 건 바랄 수 없어요. 이거 90분하면 다 퍼집니다. 마리 홀딩 이런 선수들이 거의 3선까지도 올라오고 그 자리를 3선 애들이 커버가고 이런 플레이가 어렵기도 어려울 뿐더러 체력적인 부담에 있어 너무 크게 다가올 거거든요. 이 부분은 후반전을 지켜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시티한테 좀 잘 대응한 팀이라 상대팀 위주로 적었는데, 시티도 잘한 부분은 있어요.
수비는 무조건 선수빨이 될 수밖에 없다. 뭐 이런 걸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아스날 후방은 자카 외에 기댈 선수가 없습니다. 엘네니가 간헐적으로 내려온다곤 하지만, 여기서 유의미하게 전진 패스가 들어가고 이런 장면은 전혀 없었어요. 시티는 이걸 지속적으로 노립니다.
아스날이 자카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최악에 가까운 건, 이 선수가 한 쪽 발에 특화된 선수기 때문이에요. 아스날은 자기 진영에서 상대 진영을 바라볼 때 자카의 왼발 위주로 공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시티 선수들은 아스날 후방 선수들의 시야를 최대한으로 좁힌 뒤 3선에서 자카에게 들어오는 볼만 노렸어요. 크고 작은 미스들이 벌어진 거 모두 아스날 선수들이 기댈 곳이 자카 왼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선수들이 그냥 서 있을 때 전방으로 볼 좀 보내려고 하면 다 자카 왼발만 뚫어지게 보거나 전방으로 길게 찰 생각밖에는 안 해요. 그니까 시티 입장에서는 더 높은 위치에서 볼을 끊어내기가 쉬운 거고. 자카의 위치를 내리는데까지 성공하기도 했죠.
볼이 넘어간 이후에는 곧잘 공격이 전개되는 것 같지만 이 역시 한 쪽 코스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이걸 좀 덜어줘야할 자원이 윌리안인데 지금 자기 폼 하나 간수를 못하니까 아르테타 입장에서도 답답해 미치겠죠. 좀 살아나라고 잘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디립따 투입해줬는데 거기서마저 못합니다. 여튼.. 아스날은 할만큼 했는데 이게 지속될 지는 모르겠어요.
쓰다보니 진짜 아스날 입장에서만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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