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보기 시작한 후 10분경부터 느낀 점은, 펩이 아스날 경기 때 좀 느슨하게 들고온 대신 이 경기는 정말 철저하게 들고왔구나 였어요. 제가 분데스리가를 안 보는지라 로제의 축구를 온전히 알지는 못하는데, 어쨌든 저 감독이 잘츠 시절에 해왔던 축구는 상대의 선택지 강요에도 자기만의 길을 간다 뭐 이런 것들이었는데 그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강하게 말하면 그럴 수 없었어요.
아스날 경기에서 시티가 좀 잔인하리만큼 압박 체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 바 있는데, 이 경기에서도 비슷합니다.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유사점이 상당히 많아요.
비단 이 스샷말고도 시티는 꽤 높은 위치부터 압박을 시작하는데, 시티 같은 팀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압박해온다면 묀헨 입장에선 사실 측면을 통해 볼을 빠르게 전방으로 보내는 그 행위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헌데 이 또한 제대로 먹혀들지는 않습니다.
워커의 기용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첫번째가 이에 해당하겠죠.
에버튼과의 경기 코멘트에서 워커를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지만, 어쨌든 공이 없는 상황에서 워커를 이런 식으로 종적으로 뛰게만 하는 건 아주 베스트입니다. 이걸 시티에서 워커보다 잘하는 선수는 아예 없어요. 아마 진첸코의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 게 이런 부분들 때문이겠죠. 워커를 쓰면 적어도 한 쪽 사이드에선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테고 나머지 사이드는 선수 때려박아넣어버리면 됩니다.
아니면 이렇게 아예 전환조차 못하게 해버린다든지요.
묀헨으로써는 방도가 없습니다. 선수들을 내려서 자기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를 살려 볼을 전개한다? 이건 비등비등한 체급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종적으로 미친듯이 뛰어다니면서 한 발자국 앞서가는데 도가 튼 선수들이 많은 시티 상대로 하는 건 힘들어요.
그래서 전반전, 묀헨이 계속해서 자기진영에서 볼을 띄우면서까지 하프라인 측면 부근에 볼을 보내려고 했던 거구요. 물론 이 움직임마저 모두 시티한테 읽혔습니다만, 그렇다고 볼을 직선적으로 쭉 길게 늘여뜨려봤자 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볼보다 먼저 뛰려다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거나 아니면 잡히거나. 그나마 조그마한 리턴값이라도 살리고자 하는 게 좌우 폭 넓히고 그 곳에 볼을 배달해서 거기서 뭔가 풀어나가는 그거였겠죠.
시티 선수들은 이를 파악하고 3선에 있는 선수들이 아예 측면을 바라보고 뛰는 경우가 잦았구요.
펩은 그라운드 모든 부분을 통제하고자 했습니다. 내가 볼을 쥐든 안 쥐든 너네 진영이든 아니든. 오늘 3선 선수들은 유달리 측면으로 자주 빠져줬는데, 그렇다고 볼 터치가 많은 건 아니었습니다. 맨시티는 라포르테 - 워커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묀헨에게 아주 중요한 선택을 매 순간마다 걸 수 있다는 마인드셋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묀헨이 만약 좌우폭을 넓혀서 시티를 압박한다면, 그 앞선의 로드리 칸셀루를 거쳐서든 아니면 다이렉트로든 전방에서 볼을 받으러내려오는 스털링, 귄도안, 제수스에게 볼이 전달될 것이고 이걸 의식해서 좌우 폭을 늘리지 못한다면 센터백 쪽으로의 좋은 환경이 주어짐과 동시에 자유로운 좌우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이에 로드리와 칸셀루, 귄도안이 끊임없이 시티의 센터백을 의식하고 움직여줍니다. 묀헨의 대형은 점점 수축하고 아스날 코멘트 서두에 말씀드렸듯 현 시티를 상대로 대형이 수축한다는 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 프리하게 칸이나 로드리가 볼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묀헨에게는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거죠. 이 두 선수는 현재 리그에서 정말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고 전방으로 서너명이 쇄도하게될 때 이걸 온전히 막아낼 팀은 별로 없습니다.
아, 스털링 관련해서 한 가지만 말하면 오늘 스털링은 좀 많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습니다. 워커가 나옴으로써 더욱이 사이드라인 쪽 넓은 공간을 혼자 도맡아야했고, 묀헨은 이에
이런 식으로 스털링을 자기 시야에 두고 경기를 펼쳤죠. 덕분에 저 자리에 공간이 좀 났는데 워커가 이걸 온전히 활용하진 못했습니다. 이게 좀 아쉽지만, 오늘 워커한테 이거까지 바라는 건 말이 안 돼요.
저 상황이 지속되는 건 스털링에게도 좋지 못합니다. 스털링이 볼을 잡고 억지로라도 속도를 올려서 박스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급제동을 걸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려고 한다거나. 이걸 반복하는 건 무리에요. 그래서 포덴과의 스위칭을 해줬겠죠.
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긴 한데, 오랜만에 챔스 경기에서 만족한 것 같아요. 뭐 후반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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